여러분은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말, 이제 정말 익숙하시죠? 그런데 혹시 ‘재생 패션(Regenerative Fashion)’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덜 해치는’ 것을 넘어, 자연을 ‘더 이롭게 하는’ 아주 특별한 패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최근에 제가 참석했던 글로벌 패션 서밋에서 정말 인상 깊은 브랜드를 만났거든요. 바로 스웨덴에서 온 ONCE MORE®랍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패션의 미래가 정말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재활용

ONCE MORE®, 순환을 넘어 회복으로

‘지속가능성’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재생 가능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나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파괴를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거죠. 아직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지속가능성의 다음 단계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요.

### 버려지는 혼방 섬유의 놀라운 변신!

ONCE MORE®는 스웨덴의 목재 협동조합 소드라(Södra)가 만든 B2B 기업이에요. 이들의 핵심 기술은 바로, 재활용이 정말 까다롭다고 알려진 면-폴리에스터 혼방 섬유를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혼방 섬유는 각각의 소재를 분리하기 어려워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게 현실이거든요. 하지만 ONCE MORE®는 이걸 해냅니다! 호텔이나 병원, 세탁소 등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비소비자용 폐섬유를 수거해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 어떻게 재활용되나요?

궁금하시죠?! 과정은 이렇습니다.

  1. 수거 및 분류: 호텔 침대 시트나 병원 가운처럼 사용된 면-폴리에스터 혼방 섬유를 수거해요. 이 폐섬유의 95%는 상업용 폐기물이고, 5% 정도는 일반 가정에서 나온 섬유라고 합니다. 핀란드의 정교한 LSJH 분류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구조에요.
  2. 펄프화 공정: 수거한 폐섬유를 잘게 분해한 뒤, 스웨덴 산림에서 얻은 나무 펄프와 결합시켜요. 이 과정에서 면 성분은 나무 펄프와 함께 새로운 ‘펄프 원료’로 재탄생합니다.
  3. 원단 제작: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다시 텍스타일 공장으로 보내져 흡습성과 내열성이 뛰어난 새로운 원단으로 만들어져요. 이 원단은 여러 패션 브랜드와 만나 멋진 옷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랍니다!

정말 놀라운 기술이죠?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걸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완벽한 순환 패션(Circular Fash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베는데 환경을 지킨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어요. 비스코스나 텐셀처럼 나무에서 섬유를 얻는 방식은 결국 나무를 베어야 하잖아요. 유한한 자원인 나무를 사용하면서 ‘재생’이나 ‘지속가능’을 말하는 게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ONCE MORE®의 담당자인 매들린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그리고 정말 현명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 숲의 건강을 위한 지혜, 노령목 벌목

ONCE MORE®가 사용하는 나무는 숲에서 아주 오래 자란 ‘노령목’이라고 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나무의 생애주기와 관련이 깊습니다.

  • CO₂ 흡수량 감소: 나무는 어리고 활발하게 성장할 때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해요. 예를 들어, 어린 활엽수는 1년에 약 20kg의 CO₂를 흡수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 양이 5~10kg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 온실가스 방출 가능성: 심지어 너무 오래된 나무는 속이 썩거나 비면서 오히려 메탄(CH₄)이나 이산화탄소(CO₂)를 방출할 수도 있어요.
  • 생태계 건강 위협: 노령목은 병해충에 취약해져 주변의 건강한 나무들까지 병들게 할 수 있고, 너무 커진 가지는 햇빛을 가려 어린 나무들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즉, 숲의 건강한 순환을 위해 오래된 나무를 선별적으로 벌목하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 하나를 베고, 셋을 심는 약속

더 감동적이었던 건, 그들의 약속이었어요. ONCE MORE®는 노령목 하나를 자원으로 사용하는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어린나무 세 그루를 심는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수십 년간 숲을 돌보며 살아온 임업 전문가들과의 협력 아래 이루어져요.

이건 단순히 자원을 쓰고 채우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숲의 세대교체를 돕고, 더 건강하고 활발하게 숨 쉬는 숲으로 되살리는 ‘재생 의식’ 그 자체였어요. 자연과의 깊은 교감과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방식이죠.

진짜는 파트너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기업이 하는 말인데, 그린워싱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조금은 남아있었는데요. 그들의 공급자 연합인 ‘OnceMore Together’ 이야기를 듣고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까다롭고 단호한 협업 원칙

ONCE MORE®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에게 정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요.

  • 공급망의 완전한 투명성: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 최소 사용량 준수: 제품에 OnceMore® 원료를 최소 30% 이상 사용해야 해요.
  • 윤리 및 지속가능성 목표 이행: 글로벌 윤리 기준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구호가 아닌, 실질적으로 이행해야만 합니다.

이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협업은 불가능해요. 정말 단호하죠?!

### 대기업과 협업이 드문 이유

그래서인지 ONCE MORE®는 의외로 거대 패션 기업과의 협업이 드물다고 해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기업은 공급망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고, 환경적 책임이 여러 단계로 분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구조에선 실제 기준을 투명하게 검증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할 여지도 커요.

즉, 과잉생산을 멈추지 않거나, 거래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환경 문제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는 ‘그린워싱’ 기업과는 절대 손잡지 않는다는 철학이 확고합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 “그래서 폴리에스터는요?”

제가 섬유 재활용에 대해 늘 비판적으로 보는 지점이 있는데요. 바로 ‘재활용 과정에서 또 다른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 점이에요. 특히 면-폴리에스터 혼방 섬유를 분해했다면, 면은 펄프가 된다고 쳐도… 남은 폴리에스터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또 다른 쓰레기가 되는 건 아닐까요?

### 폐기물에서 에너지원으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

이 질문에 매들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어요.

“분리된 폴리에스터는 저희 공정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100%는 아니지만, 이 폴리에스터로 전체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와, 정말 무릎을 탁 쳤습니다! 폐기물을 또 다른 폐기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정 자체를 돌리는 에너지로 전환한다니! 이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제품의 전 과정(LCA, Life Cycle Assessment)을 얼마나 깊이 고민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어요.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정말로 필요한 ‘시스템적 책임감’이 아닐까요?

패션은 한때 소비와 낭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ONCE MORE®의 사례를 보면서 이제는 회복과 순환의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붕괴된 생태계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우리의 옷과 디자인 속에서 찾아 나가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덜 해치는’ 것을 넘어 ‘더 이롭게 하는’ 패션, 정말 기대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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